이 브랜드를 고른 이유
마더그라운드를 처음 만난 건 2016년, 텀블벅 크라우드펀딩에서였습니다. 스니커즈 하나를 팔면서 생산 원가를 공개하고, 유통 마진이 왜 없는지를 설명하는 브랜드. 그때는 그 방식이 신선했고, 지금은 그 방식이 이 브랜드의 뼈대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마더그라운드 브랜드 분석을 첫 글의 주제로 고른 이유는 단순해요. 오랫동안 좋아해 온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티셔츠, 모자, 신발까지 여러 제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제가 진짜 좋아하는 건 이 브랜드가 말하는 방식이에요. 과장 없이, 숨기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그 방식을 한번 뜯어보고 싶었습니다.
마더그라운드는 누구에게 말하는가
마더그라운드의 메인 타깃은 명확합니다. 가격표 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 “왜 이 가격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원하는 소비자예요.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잭 넷치, 리처드 탈러와 함께 발표한 연구에서, 소비자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이는 조건을 분석했어요. 핵심은 간단합니다. 마진을 늘리기 위한 인상은 ‘불공정’으로 느끼고, 비용 상승에 따른 인상은 ‘납득’한다는 것. 마더그라운드의 독자는 바로 이 납득의 구조를 원하는 사람들이에요. 단순히 저렴한 제품이 아니라, 가격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를 보고 판단하고 싶은 사람들.
이 브랜드가 말을 거는 방식을 보면 더 선명해져요. 마더그라운드는 제품을 설명할 때 수사보다 구조적 정보를 먼저 꺼냅니다. 소재가 무엇인지, 어디서 만들었는지, 생산 단가가 얼마인지. 이건 정보의 비대칭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를 향한 언어예요. 동시에 브라운브레스 시절부터 이어진 스트리트 감각은 디자인 곳곳에 남아 있어서, 패션에 관심은 있지만 과시보다는 자기 취향을 중시하는 층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정리하면, 마더그라운드의 독자는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좋은 물건이 왜 좋은지 알고 싶은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반복되는 핵심 메시지 — 투명한 가격 공개
마더그라운드가 론칭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는 메시지는 하나예요. 투명함. 이 브랜드는 스스로를 “Three Rules”로 정의합니다.
첫째, Mind.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직접 디자인하며, 공정하게 판매한다는 원칙. 둘째, Open Info. 제조 비용이 얼마인지, 왜 이 가격인지,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를 모두 공개한다는 약속. 셋째, Way to Sell. 유통 수수료가 판매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만 판매하여 유통 단계를 없앤다는 선언.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세 가지가 단순한 경영 철학이 아니라 콘텐츠의 뼈대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건축에 비유하면, 대부분의 브랜드가 벽지와 마감재로 공간을 꾸미는 동안 마더그라운드는 골조를 그대로 노출하는 방식을 택한 셈이에요.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구조 자체로 미학이 되듯, 가격표에 생산비, 운영비, 마진, 세금, 임금까지 적어 넣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별도의 카피가 필요 없어요. 숫자가 곧 메시지입니다.
마더그라운드 톤앤매너 — 골조가 드러나는 말투
마더그라운드의 톤앤매너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꾸미지 않은 정직함”이에요. 이근백 대표는 브랜드를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새로운 제품을 기획할 때 “마더그라운드라는 사람이라면 어떤 이야기를 할까”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에요.
이 접근은 콘텐츠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제품 설명에서 “최고의”, “압도적인” 같은 수식어를 찾기 어려워요. 대신 소재의 이름, 제조 공정의 단계, 색상의 한글 이름이 자리를 채웁니다. 롤랑 바르트가 『이미지의 수사학』에서 말한 “정박”(ancrage) 개념이 떠오르는 대목이에요. 바르트에 따르면, 이미지는 여러 의미로 읽힐 수 있지만 텍스트가 의미를 하나로 고정하는 닻 역할을 합니다. 마더그라운드가 색상명을 누룩, 비자림, 자작나무, 벚꽃, 김 같은 한글 관용색명으로 표기하는 건, 영문 컬러코드라는 범용 기호 대신 자기만의 언어로 의미를 고정하는 행위예요. 색상 하나를 부르는 이름에도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브랜드”라는 태도가 심어져 있는 셈입니다.
제조자 페이지도 눈여겨볼 부분이에요. 대부분의 브랜드가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한 줄로 끝내는 자리에, 마더그라운드는 만든 사람의 이름과 직책, 얼굴까지 공개합니다. 신발은 부산 삼영시스템, 가방은 아미, 의류는 라이클리후드와 대흥의류. 건축으로 치면 시공사뿐 아니라 목수, 배관공, 전기 기사의 이름까지 건물 입구에 새기는 것과 같아요. 이 정보를 전면에 내세우는 건 “누구와 일하는지도 숨기지 않겠다”는 태도이고, 이것이 곧 마더그라운드의 톤입니다.
마더그라운드 콘텐츠 전략 — 유통이 아니라 동선을 설계하다
마더그라운드의 콘텐츠 전략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판매 채널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보부스토어가 대표적입니다. ‘보부상’에서 이름을 딴 전국 순회 팝업 매장으로, 2024년 기준 52회 이상 운영되었어요. 서울, 대구, 부산, 제주까지. 고정 매장에서 기다리는 대신 고객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는 방식입니다. 이건 단순한 오프라인 판매가 아니에요. “우리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입니다. 건축에서 동선 설계가 공간의 경험을 결정하듯, 마더그라운드는 고객이 브랜드를 만나는 경로 자체를 설계하고 있는 거예요.
신발장이라는 상설 체험 공간도 같은 맥락입니다. 제주, 서울 홍대, 성수, 단양의 카페나 편집숍에 설치된 이 공간은 직접 신어보고 주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요. D2C 브랜드가 흔히 부딪히는 “직접 만져볼 수 없다”는 한계를, 매장을 열지 않으면서도 자기 방식으로 풀어낸 셈입니다.
론칭 이후 단 한 번도 세일을 하지 않은 노세일 정책도 콘텐츠 전략의 일부로 읽혀요. 세일을 하지 않는다는 건 가격에 대한 자기 확신이고, 그 확신의 근거를 가격표 위에 숫자로 보여주는 구조까지 갖추었으니, 정책 하나가 브랜드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치가 됩니다. 미국의 에버레인(Everlane)이 “Radical Transparency”를 내걸며 원가 공개 전략으로 성장한 사례와 궤를 같이하지만, 마더그라운드는 여기에 노세일과 보부스토어라는 자기만의 장치를 얹었어요.
잘한 점 — 투명함을 운영 구조에 심었다
많은 브랜드가 “정직합니다”, “투명합니다”를 말합니다. 마더그라운드가 다른 건, 그 투명함이 캠페인이 아니라 운영 구조 자체에 심어져 있다는 점이에요.
가격 공개는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라 모든 제품에 적용되는 규칙입니다. 제조자 공개도 특정 캠페인이 아니라 상시 운영되는 페이지예요. D2C 판매도 일시적 전략이 아니라 창업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원칙입니다. 투명함이 마케팅 소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운영 규칙이라는 점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강점이에요.
콜라보레이션 방식도 주목할 만합니다. 코오롱스포츠와의 리사이클 스니커즈, 에어로케이 항공과의 승무원 운동화 등 21개 이상의 협업을 진행하면서도 브랜드의 톤이 흔들리지 않아요. 협업을 “평소 우리가 할 수 없던 것을 할 기회”로 정의하는 태도가, 협업마다 같은 원칙이 반복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쉬운 점 또는 확장 가능성
마더그라운드의 투명성 전략은 강력하지만, 그 메시지가 도달하는 범위는 아직 제한적으로 보여요. D2C 모델의 특성상 브랜드를 이미 아는 사람에게는 강한 충성도를 만들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처음 닿기까지의 경로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보부스토어와 신발장이 그 간극을 메우고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 측면에서의 접점은 더 다양해질 여지가 있어요. 가격을 산출하는 과정, 제조자와 함께 작업하는 현장, 보부스토어를 준비하는 뒷이야기 같은 것들이 콘텐츠로 풀린다면, 브랜드의 이야기가 한 겹 더 두꺼워질 수 있을 겁니다.
이 브랜드에 어울리는 콘텐츠 방향
마더그라운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콘텐츠는 “과정을 보여주는 글”이에요. 이미 결과물의 투명성은 완성되어 있으니,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같은 톤으로 풀어내는 겁니다. 한 켤레의 스니커즈가 기획에서 출시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보부스토어 한 회가 열리기까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건축물의 완공 사진만이 아니라 기초 공사부터 상량까지의 기록이 그 건물의 가치를 다르게 보여주듯, 과정의 기록은 마더그라운드가 이미 갖고 있는 자산을 콘텐츠로 한 번 더 활용하는 방법이 됩니다.
이 마더그라운드 브랜드 분석이, 좋은 물건을 정직하게 파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콘텐츠 전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를 바랍니다.